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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인문학의 만남이 미래를 디자인 한다] #2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의 미래를 말한다

[IT와 인문학의 만남이 미래를 디자인 한다] #2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의 미래를 말한다

‘위대한 도전이었다, 인간의 자존심을 지켰다’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던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9단은 비록 1승 4패로 물러섰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특히 마지막 대결에서는 불리한 흑을 쥐고 싸우겠다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투지를 보여 줘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했던 거 같습니다.

사실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인간 대표 이세돌은 5:0 혹은 4;1의 완승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인공지능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거라는 막연한 예측이 너무도 빨리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에 저 자신도 놀라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기계학습과 딥러닝으로 학습을 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경우의 수와 변칙적인 직관을 필요로 하는 바둑은 쉽게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고 치밀하며 계산적인 컴퓨터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이세돌은 심리적으로 흔들려 당황한 나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계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기계가 인류를 능가하는 영역이 하나 더 늘어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S7의 공개 장소를 찾아 삼성전자의 모바일 하드웨어와 페이스북의 VR(Virtual Reality) 소프트웨어로 세계 최고의 VR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하며 가상세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해 줬습니다. 미래의 ICT 기술로 수많은 주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인류에게 희망과 재앙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것으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꼽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이들이 과연 인류에게 희망을 줄 것인지? 아니면 재앙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를 만들려는 욕망이 문제다.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SF 인공지능 영화 중에 2015년 초에 상영된 [엑스마키나]가 있습니다.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은 인공지능의 천재 개발자 ‘네이든’의 비밀 연구소로 초대받습니다. 그곳에서 매혹적인 인공지능 ‘에이바’를 만납니다. 그가 초대받은 이유는 ‘에이바’가 정말 인간다운지 아닌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마주 앉아 대화를 통해 서로를 탐색해 나가는 것으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인간 ‘칼렙’이 인공지능 ‘에이바’를 완전히 파악하며 나가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칼렙’은 혼돈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에이바’의 뇌쇄적인 매력에 빠져들며, 점점 인간적인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너무나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에이바’에 매료된 나머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정체성 혼란기까지 겪으면서, 자기 자신조차 인공지능이 아닐까 의심하는 상태에까지 이릅니다. 영화는 ‘에이바’가 ‘칼렙’을 이용해 창조자 ‘네이든’으로부터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여 인간의 지위를 얻는 것으로 끝납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를 만들려는 욕망에서 시작한 창조자 ‘네이든’은 결국 자신이 만든 기계에게 두뇌싸움에서 지고 맙니다.

2000년에 IBM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는 체스 게임에서 인간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는 기염을 토했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2년에는 왓슨(Watson)이 기억력과 이해력에 비상한 능력을 갖춘 인간 퀴즈 챔피언들만 출전하는 제퍼디 퀴즈쇼에서도 마침내 인간을 꺾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거둔 컴퓨터이지만 개발자들조차 그저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하고 연산함으로써 마치 지능을 가진 양 착각하게 만드는 기계 덩어리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인간 지능의 최후 보류라고 하는 바둑에서조차 인간을 능가한다면 컴퓨터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닙니다. 단순히 빠른 연산과 검색만 하는 것이 아닌 상황을 판단하고, 생각하고, 학습하는 인간다운 존재로 거듭나는 순간이며, 인간을 강력하게 위협하는 무서운 괴물인 것입니다. 영화 [엑스마키나]에 등장하는 ‘네이든’은 세계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블루북’의 CEO로, 그가 개최한 이벤트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칼렙’이 그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에 농락당하는 모습은 흡사 오늘날 인간 대표 ‘이세돌’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에 농락당하는 모습과 너무 흡사하여 등골이 오싹할 정도입니다.

가상현실, 현실로 만드는 것이 문제다.

VR 관련 이미지

어릴 적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능력 중 하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원하는 곳으로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생대로 이동하여 공룡을 마주하거나, 심해에서 기이한 생물들을 관찰하고,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을 걷거나, 파리의 에펠탑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상현실 체험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초능력이 없어도 VR(Virtual Reality) 기술을 통해 다양한 시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가상현실(VR)이 적용되는 분야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VR을 활용한 심리치료 캠페인 ’비 피어리스(Be Fearless)’를 기획 중인데, 캠페인 참가자들은 공포의 대상을 반복 경험하며 두려움에 적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은 면접 설정을, 고소공포증을 겪는 이는 높은 건물 옥상에 서 있는 상황을 가상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구글은 ‘구글 엑스퍼디션(Google Expedition Program)’을 통해 VR 콘텐츠를 활용 만리장성과 아즈텍 유물 등을 간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교육방식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화, 게임, 놀이동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VR 기술의 확산속도는 흥미를 유발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더 빠를 것으로 전망되나, VR 기술 활용도는 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부작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야각, 해상도, 반응속도 등 기술적인 한계로 오래 착용 시 어지럼과 구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기술의 발달로 조만간 이런 문제는 해결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그보다는 가상현실이 영화처럼 누구나 활용하는 현실이 되었을 때가 문제입니다. 가상이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해지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상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속출할 때 1999년 제작된 영화 [매트릭스]처럼 기계가 창조한 시뮬레이션 속에서 인간이 노예처럼 살아가는 디스토피아(Dystopia)가 만들어 질지도 모릅니다.

사물에서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이 문제다.

미래의 VR 기술을 표현한 사진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 멜 깁슨은 어느 날 사고로 얻은 초능력으로 상사인 헬렌 헌트의 생각을 읽어 사랑과 성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행운아로 묘사됩니다.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사물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주는 기술이 등장하였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곳에서도 길을 헤매지 않으며, 상점의 세일 품목은 전단지를 받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자동차 엔진 문제, 복합기 고장 원인 등 전문 분야도 눈앞에 주어진 정보대로 수리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증강현실(AR)은 우리 인간에게 사물의 정보를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이자 제3의 눈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 미디어입니다.

AR(Augmented Reality)이란 현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 정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부가정보를 갖는 가상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합니다. AR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특성에 따라 쇼핑과 교육,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적인 가구 유통회사인 이케아는 AR을 활용해 스마트 쇼핑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즉 ‘인터랙티브 카탈로그(Interactive Catalogue)’라고 불리는 AR이 적용된 카탈로그를 통해 고객들은 집에 배치되었을 때의 모습을 가상 콘텐츠로 확인하고 가구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중 하나인 로레알은 색조화장 체험용 AR앱인 ‘메이크업 지니어스(Makeup Genius)’를 개발하여 고객들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으며, 미국 공군에 소속된 전투기 조종사들도 AR 기술이 적용된 모의 비행 훈련에 임하고 있고, 스웨덴에서는 AR기술이 적용된 소방헬멧을 착용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의 연기 속에서도 지형, 온도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 한눈에 현장을 파악할 수 있어 구조작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분야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인류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와 활용가치를 선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 욕망 너머에 있는 사악함이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사물을 꿰뚫는 제한된 개념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AR, VR 장비를 착용하고 활용할 경우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기에 장착된 카메라 등으로 녹화, 유포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녹화 여부와 관계없이 카메라가 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으며, 센서 기술의 발달로 윙크만으로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글이 야심차게 만든 ‘구글글래스’는 사생활 침해 문제로 생산을 중단하였습니다.

지난해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한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모바일이 현재의 플랫폼이라면, 차세대 플랫폼은 가상현실”이라고 했습니다. 홀로렌즈나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가상현실 기기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필수품이 되는 미래가 머지않은 것입니다. 우리에게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때문에 최근 태블릿 컴퓨터인 ‘서피스’와 홀로렌즈 같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가상현실은 곧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의 신기술이 합쳐져 이제 `경험 현실(ER : Experienced Reality)’이 일상화될 것입니다. 고글과 같은 기기를 머리에 차면 경험된 현실이 눈앞에 펼쳐져서 경험할 현실이 될 것입니다. 미래가 아닙니다. 곧 경험하게 될 현실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러나 대답은 얻지 못한다. 철학자와 과학자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설명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질문만 솟아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예술을 택했다. 그것은 대답이 아니라 대답에 대한 환상을 줄 뿐이지만, 그나마 없다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신 상징주의 화가로 알려진 독일의 안젤름 키퍼의 고백입니다. 이성에 기대어도 감성에 기대어도 자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넘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판단력을 가지게 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악한 마음을 가지는 기계가 자신을 만든 인간을 공격할 것이란 공상과학 영화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이성적으로 완벽한 기계를 만들 때 인간은 자신보다 뛰어난 기계들의 희생양이 되어 수많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인간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운영하는 영역들이 늘어나면서 인간의 지적 능력과 마음까지도 뺏어갈지 모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그것들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 본연의 영역을 찾아 지켜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와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분명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 ICT의 발전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CT 기술 개발보다 인간성을 추구하는 인문교육 일지도 모릅니다. 욕망의 끝은 파멸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과 마지막 대국을 끝내고 난 후에 이세돌 9단이 남긴 말이 오랫동안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컴퓨터는 바둑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이상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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