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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삼성SDS 임직원을 위한 소통 채널인 CommOn SDS에 게시된 글입니다,
삼성SDS 임직원을 위해 기고해주신 현대무용가 최수진씨의 글을 여러분들과 나눕니다.


 

연습과 공연. 어릴 적 내 생활은 늘 두 단어로 압축된다. 초등학교 때 발레를 시작한 시점부터 현대무용으로 전공을 바꾸고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그 테두리를 벗어난 일이 거의 없었다.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연 중이거나 연습실에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프로 무용수가 돼서 오래도록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모든 어려움을 덮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머무르지 않고 새롭게 도전한다

#선택의 기로, 미국과 유럽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할 무렵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나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콩쿠르를 준비하고 있었다. 콩쿠르 출전은 대학교 졸업 전 마치 당연한 관문 중 하나로, 3분 이내의 솔로 안무를 본인이 직접 만들어 출전한다. 무용수로서 무대에 선보이는 첫 자리기 때문에 모두에게 무척 중요하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아 보여주기 위해, 나 역시 열심히 준비했다. 내 인생 첫 솔로 안무. 동작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음악, 의상 등 모든 것이 내가 책임져야 할 결과물이었다. 나는 커다란 부담을 끌어안고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현대무용 여자부분 1등상 및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뉴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뉴욕에 있는 엘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씨어터(Alvin Ailey American Dance Theater) 산하 무용 학교인 엘빈 에일리 스쿨(Alvin Ailey school)에서 6개월간 장학금을 받으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처음엔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뉴욕에서 실기 위주의 다양한 춤의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물론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훨씬 어린 친구들과 다시 무용교육을 받는 게 꼭 필요할까 싶은 의문이 있었다. 얼른 무용단에 입단해서 프로 무용수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뉴욕에 가서 일단 수업을 듣고 거기서 기회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현대무용은 미국보다는 유럽을 많이 선택하던 때라 더 고민이 깊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난 후에 프로 무용단 입단을 모색해 볼 것인가, 아니면 곧바로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면서 오디션을 볼 것인가 선택이 필요했다.

최수진

#기회의 도시, New York으로!

New York! 수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드는 이곳.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인종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로 이루어진 도시. 활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그곳에서 나의 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나는 숨을 크게 고르고 뉴욕으로 향했다. 내가 원하는 기회가 분명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낯선 환경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을 무렵, 선배이자 당시 뉴욕 엘빈 에일리 세컨 컴퍼니 소속이었던 성창용 무용수(현재 국립현대무용단 활동 중)에게 연락이 왔다. 한 오디션을 추천해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오디션이 있으니 꼭 응시해보라는 것이었다.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은 세계 각국에서 온 16명의 무용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세계적인 부호 낸시 월턴 로리(Nancy Walton Laurie)가 2003년 설립했다. 뉴욕 첼시에 극장과 연습실 있었고, 설립자가 무용수에게 경제적, 환경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무용단이었다. 개성 있고 테크닉이 좋은 무용수들과 훌륭한 안무가들의 많은 작품을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 당시 굉장히 주목받는 무용단으로 주목을 끌고 있었다.

Cedar Lake Contemporary▲ Cedar Lake Contemporary

나는 곧바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엘빈 에일리 스쿨에 입학도 하기 전이었고, 오디션을 열어도 실제로 무용수를 뽑지 않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내 실력을 한번 시험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은 발레를 기본으로 한 현대무용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나의 모든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흔치 않은 오디션이라고 생각했다.

지원한 여성 무용수만 300명. 절반으로 나눈 두 그룹으로 나눠 단 30분 동안 오디션이 진행됐다. 1차, 2차… 계속해서 내 이름이 명단에 올랐다. 큰 욕심 없이 시작한 오디션이었는데, 어느 순간 점점 최종 합격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아주 약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서부터 무조건 한가운데에 서서 최선을 다해 오디션에 임했다. 해내고 말겠다는 열정으로 온몸이 뜨거워지던 그 느낌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오디션은 4시간에 걸쳐 5차까지 진행됐고, 나는 마지막 3명 안에 들었다. 이어진 개별 면담 후 최종 결과는 당시 무용단 사람들과 섞여 며칠에 걸쳐 함께 클래스와 리허설이 진행된 다음 발표됐다. 2008년 1월 시더레이크 컨켐포러리 발레단의 오디션을 통한 새로운 무용수는 바로 내가 되었다. 꿈같은 현실을 갖게 된 것이다. 심지어 무용단은 6개월간의 엘빈 에일리 스쿨 과정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나는 학생비자가 아닌 예술인 비자를 받아 들고, 본격적으로 프로 무용수의 삶을 시작했다. 바로 미국의 가장 핫한 무용단 뉴욕에서 말이다.

최수진

#무용에 대한 열정은 현재진행형

그렇게 시작한 무용수의 삶을 오늘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연습과 공연을 반복하는 생활. 간절히 원하던 삶을 살아가고 현재의 나. 그리고 이 안에서 새로움과 즐거움을 찾기 위한 끝없는 고민… 하지만 여전히 좋다.

요즘 나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작품 준비에 한창이다. 음악적 해석을 강조하고, 무용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린 무대를 만들어 내는 안성수 예술감독님의 2017년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 한국 현대무용의 고유함과 탁월함을 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 매일매일 연습실을 찾아 다른 무용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땀을 흘리고 있다.

최수진
최수진, 현대무용가,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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